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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에 씨앗 채집하고 보관하는 법: 건조·라벨·냉장 보관
가을은 텃밭과 정원의 1년을 다음 해로 이어주는 ‘종자 수확 시즌’이에요. 아이와 함께 키운 코스모스, 주말마다 들여다본 가지(eggplant) 한 포기, 향을 오래 남기는 허브까지—올가을에 제대로 씨앗을 챙겨두면 봄 파종이 훨씬 수월해집니다. 이 글에서는 건조–라벨링–냉장 보관의 3단계를 중심으로, 초보도 실패 없이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했어요.
왜 ‘가을’에 씨앗을 모을까?
- 완숙·완건조: 대부분의 꽃·채소는 가을에 씨방이 충분히 익고 마릅니다. 이때 채집해야 발아력이 좋아요.
- 자연 선발: 더위·장마를 견딘 건강한 개체에서 채종하면 다음 해 생장이 안정적입니다.
- 보관 효율: 대기 습도가 내려가 건조가 빠르고 곰팡이 리스크가 줄어듭니다.
빠른 핵심 요약(One-Page)
- 채집 시기: 맑고 건조한 날, 이슬 마른 늦은 오전~오후. 씨방이 갈색으로 마르고 바삭할 때.
- 건조: 종이 위 얇게 펼쳐 3~7일 통풍 건조(직사광선 X). 두꺼운 씨는 최대 2주.
- 라벨: 품종/모주/채종일/장소/특이사항. 봉투 겉면+내부에도 메모.
- 보관: 완전 건조 → 지퍼백+제습제 → 밀폐 용기 → 냉장(2~7℃). 드나듦 적은 칸에.
- 검증: 파종 전 키친타월 발아 테스트(7일) 로 발아율 확인.
준비물 체크리스트
- 가위, 정밀 핀셋, 작은 체(씨앗 선별)
- 종이 코인봉투(숨 쉬는 포장), 지퍼백(이중포장)
- 라벨 스티커 + 연필/유성펜(연필은 습기에도 오래감)
- 제습제(실리카겔), 실리카겔 색변 지시형이면 교체 시점 파악 가능
- 건조망/채반/키친타월
- 가루 보관 용기(스파이스 보틀): 완전 건조 후 장기 보관에 유용
- 유리 밀폐병(메이슨자): 냄새 배임 적고 재사용 쉬움
인포박스 — 가루 보관 용기 활용 팁
완전히 건조된 중·대립 종자(해바라기, 호박, 콩 등)는 스파이스 보틀처럼 건식 가루를 보관하는 용기에 제습제 1~2g을 함께 넣으면 장기 안정성이 좋아집니다. 단, 반건조·점액질 종자(토마토 젤 제거 미완 등)는 종이봉투로 더 말린 뒤 옮기세요.
1단계. 채집(수확) — 종자별 ‘익음’ 신호 잡기
꽃(코스모스·메리골드·지니아 등)
- 꽃대가 갈색으로 변하고, 비벼보면 씨앗이 툭툭 떨어질 때가 적기.
- 비바람 전 종이봉투를 씌워 자연 탈립을 받아내면 손실이 적어요.
허브(바질·들깨/들깻대)
- 꽃이 지고 씨방이 까슬까슬해질 때. 들깨는 털면 검갈색 씨가 떨어집니다.
채소(고추·토마토·오이·가지)
- 열매가 완숙해야 합니다. 가지는 식용 적기보다 훨씬 더 늙혀 보랏빛이 탁해지고 껍질이 단단해질 때 씨가 여뇁니다.
- 젖은 종자(토마토·오이) → 젤 제거/발효 세척 후 건조. 가지는 긁어 세척→건조.
미세팁
채집은 햇볕 쨍하지만 바람은 잔잔한 날, 이슬 말고 오후 1~4시 사이가 안정적입니다. 비 예보가 있으면 전날 미리 따서 실내 건조로 전환하세요.
2단계. 건조 — 발아력을 지키는 골든룰
- 얇게 펴서 3~7일 통풍 건조(선풍기 ‘약’), 직사광선·과열 금지(30℃↑ 장시간 X).
- 두껍거나 수분 많은 씨(호박·콩·해바라기)는 최대 2주.
- 종이 위(키친타월/신문지) + 하루 1회 뒤집기로 균일 건조.
- 건조 후 종자 10알을 손톱으로 눌러 ‘딱딱-바삭’ 소리가 나면 적정.
- 습한 날은 지시형 실리카겔을 근처에 두되 직접 접촉은 피하세요(과건조 균열 방지).
3단계. 라벨링 — 내년의 나를 구하는 5가지
[품종/모주/채종일/장소/특이사항]을 반드시 적습니다.
예) 지니아 자단 Mix / 강한 개체 2번 / 2025-10-12 / 베란다 남서 / 키 큼·개화 오래.
- 겉면 + 내부에 각각 메모(봉투 분실·번짐 대비).
- 씨앗 수량, 발아 테스트 결과(예: 80%)까지 적어두면 금상첨화.
- 연필은 시간이 지나도 읽기 쉬워요. 유성펜은 플라스틱에 적합.
4단계. 포장과 냉장 보관
용기 선택 가이드
용기 | 장점 | 주의점 | 추천 용도 |
---|---|---|---|
종이 코인봉투 | 통기성·저렴 | 습기 취약 | 1차 건조, 단기 보관 |
지퍼백 | 이중포장 쉬움 | 온습도 변화에 결로 | 봉투+지퍼백 조합 |
스파이스 보틀(가루 보관 용기) | 밀폐·견고 | 덩어리엔 불리 | 완전 건조 종자 장기 보관 |
유리 밀폐병 | 냄새/투과 낮음 | 무겁고 파손 위험 | 냉장 장기 보관 |
냉장 보관 체크리스트
- 완전 건조 → 제습제(1~2g) → 지퍼백에 넣고 공기 살짝 뺀 뒤
- 밀폐병(또는 스파이스 보틀)에 통째로 넣어 이중 밀폐
- 냉장 2~7℃, 문쪽보다 안쪽 선반(온도 변동 적음)
- 사용 시엔 상온 복귀 1~2시간 후 개봉(결로 방지)
냉동은?
대부분의 원예 종자(토마토·고추·가지, 코스모스·지니아 등 ‘정통(orthodox) 종자’)는 ‘완전 건조’가 전제되면 냉동도 가능하지만, 가정에서는 수분 잔류 판단이 어려워 냉장 권장합니다. 밤·도토리 등 ‘난동성(recalcitrant)’ 종자는 건조·냉동 금지.
가지(eggplant) — 열매 보관과 씨앗 채종을 헷갈리지 마세요
가지 보관방법(식용 열매)
- 실온 단기(가지 실온보관): 20℃ 내외 그늘에서 1~2일. 너무 오래 두면 쭈글쭈글·씨 단단.
- 냉장 단기: 8~10℃ 근처 비닐·신문지로 싸서 3~5일. 너무 차가우면 저온장해.
- 세척은 먹기 직전, 껍질 손상 없이.
가지 씨앗 채취
- 완숙 과실(껍질 탁·무겁고 씨앗 탁탁) 수확
- 반 갈라 씨 부분 긁어내기 → 체에 받쳐 세척
- 키친타월 위에 얇게 펴 7~10일 건조
- 코인봉투+제습제 → 냉장(상온 복귀 후 개봉)
꽃을 오래 보관하는 방법(씨앗과 함께)
- 드라잉: 실리카겔을 밀폐용기 바닥 1cm 깔고 꽃을 올린 뒤 다시 덮어 3~5일. 색 유지 탁월.
- 프레스: 책+기름종이로 누름 1~2주. 라벨과 함께 스크랩 보관.
- 팁: 씨앗을 채집한 꽃대 일부를 장식용으로 말려두면, 다음 봄 파종 때 모양·색상 확인 자료가 됩니다.
종자 수명(평균 가이드)
작물 | 수명(실온/서늘·건조) | 냉장 보관 시 |
---|---|---|
토마토 | 3~4년 | 4~6년 |
고추 | 2~3년 | 3~4년 |
가지 | 2~3년 | 3~4년 |
오이·호박 | 3~4년 | 4~5년 |
콩·완두 | 2~3년 | 3~5년 |
양배추/브로콜리(배추과) | 3~4년 | 4~5년 |
상추 | 1~2년 | 2~3년 |
당근·파슬리 | 1~2년 | 2~3년 |
금잔화·코스모스 | 2~3년 | 3~4년 |
지니아 | 3~4년 | 4~6년 |
바질·들깨 | 2~3년 | 3~4년 |
환경·건조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.
발아율 빠른 자가검정(키친타월 테스트)
- 씨앗 10~20립을 젖은 키친타월에 간격 두고 올림
- 접어서 지퍼백에 넣고 상온 밝은 곳(직광 X)
- 7일 후 발아수/전체수 × 100 = 발아율
- 70% 미만이면 이듬해 파종량을 1.5배로 늘리거나, 예비 파종으로 보강
초보자 실수 TOP 7
- 덜 익은 씨 수확 → 발아 불량
- 건조 기간 부족 → 곰팡이/냉장 결로
- 라벨 누락 → 품종 혼동
- 지퍼백 단독 보관 → 온도 변화에 결로
- 제습제 미사용 → 수명 단축
- 냉장 꺼내자마자 개봉 → 응결수 발생
- 젖은 종자를 스파이스 보틀에 즉시 투입 → 변패
Q&A
Q1. 냉장고에 다른 식재료 냄새가 스며들지 않나요?
A. 이중 포장(봉투→지퍼백→밀폐병)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. 가능하면 별도 보관박스를 만들어 이동을 최소화하세요.
Q2. 제습제는 어떤 걸 쓰고, 얼마나 넣나요?
A. 지시형 실리카겔이면 색으로 포화 여부를 확인 가능해 실용적입니다. 500ml 용기 기준 1~2g이면 충분하며, 포화 시 오븐/전자레인지 저온으로 재생해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(제품 안내문 준수).
Q3. 곰팡이가 조금 꼈는데 털어내면 써도 될까요?
A. 겉곰팡이만 살짝 핀 경우라도 발아력 저하가 큽니다. 씨앗을 선별해 재건조하고, 발아 테스트로 사용 여부를 판단하세요. 심한 경우는 폐기 권장.
실전 루틴(프린트용)
- 맑은 날 채집 → 종이봉투에 임시 보관
- 채반/종이 위 3~7일 건조, 하루 1회 뒤집기
- 체로 이물질 제거, 10알 눌러 경도 확인
- 라벨 5요소 작성(품종/모주/채종일/장소/특이사항)
- 봉투 → 지퍼백(+제습제) → 밀폐병 이중 밀폐
- 냉장 보관(안쪽 선반), 사용 시 상온 복귀 후 개봉
- 봄 파종 전 키친타월 테스트
마무리
올가을엔 건조–라벨–냉장의 3단계만 기억하세요. 꽃은 더 오래 아름답게, 씨앗은 더 오래 건강하게, 가지는 먹을 땐 신선하게—각자의 올바른 보관법이 다음 시즌의 성공을 만듭니다. 올해의 작은 메모와 봉투 하나가 내년의 풍성함을 약속할 거예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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